[한경에세이] 나의 주치의

입력 2020-03-16 17:44   수정 2020-03-17 00:05

요즘 우리 삶에서 건강만큼 큰 이슈가 또 있을까. 매스컴에는 온갖 건강정보가 넘쳐나고, 몸에 좋다는 음식들이 검색만 하면 와르르 쏟아진다. 오죽하면 ‘병원 쇼핑’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아는 게 병’이라는 말처럼 완치를 바라는 성급한 기대와 의사에 대한 불신, 건강에 대한 지나친 염려가 더 큰 염려를 낳을 때가 많다.

나에게는 어릴 때부터 나를 가장 잘 알고 사랑으로 보살펴주는 주치의가 있다. 바로 나 자신이다. 그 누구보다 자신의 생활방식과 식습관, 증상과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고, 수시로 질병을 앓으면서 쌓인 병력을 가장 소상히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본인이기 때문이다. 나의 건강 비법은 내가 나 자신에게 의사가 되는 것이다.

15년 전께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이 찾아왔다. 처음엔 쇄골이 움직일 때마다 아프더니 등과 허리가 뻣뻣하게 굳어 통증이 심했다. 나중엔 발뒤꿈치가 아파서 걷기조차 힘들었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통증의학과 등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정확한 병명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해외 유명 병원들의 웹사이트를 찾아 들어가 비슷한 사례와 치료법을 뒤졌다. 그렇게 찾아낸 나의 병명은 ‘강직성 척추염’. 지금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생소한 병이었다. 바이러스로 인한 만성 질병이라 뾰족한 치료법도 없기에 피곤해서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평소와 다른 작은 징후라도 보일라치면 미리 조치하는, 그야말로 질병과의 동고동락이 시작됐다.

스스로에게 유능한 주치의가 되려면 크게 두 가지를 신경써야 한다. 첫째 관찰을 잘 해야 한다. 건강 관리도 과학이다. 내가 어떤 상황일 때 어떤 증상이 나타나고, 어떻게 했을 때 회복하는지를 잘 관찰해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나는 목이 아프거나 콧물이 날 조짐이 보이면 평소보다 한두 시간 일찍 잠자리에 든다. 병에게 틈을 주지 않고 병보다 한발 더 앞서나가 제압한다고 할까.

둘째, 공부를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의학적 지식을 쌓아 자신의 병을 알고 고치는 데 부지런해야 한다. 병원과 의사의 말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의 주체는 자신이다. 주변의 잘못된 정보로부터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지인 중에는 암 말기로 병원에서 3개월밖에 못 산다고 했지만, 본인이 자기 병을 연구하고 공부해 12년을 더 산 경우도 있었다.

영국 속담에 ‘병을 알면 거의 다 나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독자 여러분도 자신을 알고 병을 알아 건강을 유지하는 일에 백전백승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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